누군가가 인터넷에 이런 사진을 한 장 올렸습니다.
'순실의 시대'
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제목, '상실의 시대' 를 패러디한 사진.
가슴 왼 편이 뻥 뚫린 젊은이의 모습은
상실의 시대조차 아닌 누군가의 시대를 살게 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.
그러고 보면 하루키의 대표작인 이 소설의 원 제목은 이것이 아니었습니다.
'노르웨이의 숲'. 비틀스의 노래에서 가져왔다는 소설의 제목은 우리나라에서만은 유독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.
사실 비틀스 노래 속 가사는 노르웨이의 숲도 아니고 노르웨이산 가구, 혹은 목재라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라고들 하죠.
아무튼, 1989년. 한 출판사가 '상실의 시대' 라는 이름을 붙여 다시 출간한 이후에야
책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고 첫 해에만 무려 30만 권의 판매를 기록했습니다.
왜 그랬을까요?
'상실' 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?
당시 마흔을 앞두고 있었던 작가 하루키가 전하려 했던 상실은
문득 아련함을 잃어버린 젊은이가 느낀 상실의 마음이었다지만
독자들은 그 안에서 각자 자신이 잃어버린 무언가 결핍을 공유하며 다친 마음을 치료했던 것은 아니었을까.
그리고 그 상실이란 단어는 2016년 가을의 한가운데서 또 다른 무게로 사람들의 마음을 누르고 있습니다.
"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"
모두의 마음은 며칠사이 분노보다는 차라리 자괴에 아팠습니다.
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, 영문도 모를 상처를 입어야 했고
그 상처가 다시금 긁혀나가 또 다른 생채기가 생겨버린...
무어라 말로는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'상실의 시대'.
최고권력자는 고개를 숙였다지만 그 사과를 바라보며 느껴야 했던 또 다른 갈증과 상실감
많은 언론들은 어제와 다른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하지만,
그 갈증과 상실감을 과연 채워줄 수 있을까
무엇이 맞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 것인가.
그 혼돈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의지하고 마음 둘 곳은 과연 어디인가.
그렇게 가슴 왼 편이 휑하니 뚫려버린 것만 같은
'상실의 시대'
아니
'순실의 시대'
[앵커브리핑] 상실의 시대…아니 '순실의 시대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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